정재형(영화평론가) -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Budda in Women” 이데일리, 목멱칼럼 2018

정재형(동국대교수,영화평론가) 작금의 시대를 ‘미투 시대’라고 부르고 싶다. 여성이 떳떳하게 자신의 얼굴을드러내고 평등함을 외치는 시대다. 이제 남성 제국에는 석양이 진다. 근대 이전여성은 항상 변방에 위치해있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 술집의 유혹적이고 신비로운 검은 고양이, 집시 여인, 점쟁이, 무당, 마녀, 외출할 때 얼굴을 가린 여인으로 다양하게 서술돼왔다. 남성은 항상 인류보편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면서 여성을 지엽적 존재로 소홀히 대해왔다. 지금도 그렇다. 정부는 통일, 경제, 민주주의가 남녀평등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과연 그렇게만 봐야 옳은가?최근 개막한 미술가 정종미의 작품전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를 보면 지금 시대붓다를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붓다가 살아서 지금 시대 한국을 바라보면 무슨말씀을 하실까. 정종미의 작품은 붓다의 반가사유상과 여성보살들의 모습을 통해 그 답을 들려주고 있다. 부처를 예술에 등장시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최초의 작가는 아마 백남준일 것이다. 그의 작품 ‘TV붓다’는 텔레비전을 보는 붓다를 보여준 설치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당시 서양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백남준은 텔레비전을 보는 우스꽝스런 붓다의 모습을 통해 기계물질에 내몰린 현대인의저항의식을 메시지로 던졌다. 붓다는 인간의 위대함을 성찰하는 현대인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그건 자코메티의 조각 ‘인간’이고 피카소의 분열된 자화상의 의미에 상응하는 것이다.1960년대 백남준의 시대에는 물질문명에 잠식당할 상황에 놓인 인간이 결국 그 문명에 지배당할 거란 위기의식이 있었다. 그래서 백남준은 당시 대중의 의식을 물질적으로 지배하는 상징으로 텔레비전을 설정하고, 일반시청자 대신 부처의 모습을 앉혔다. 텔레비전 모니터에는 부처의 모습, 즉 깨달은 인간만이 물질문명을 지배한다는 메시지를 부여한 것이다.지난 세기 치열했던 기계와 인간의 싸움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 오히려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정종미 작품 속 붓다는 백남준과는 다른 사유를 보여준다. 근본적인 싸움은 기계와 인간이 아니라 우리 인간 내부의 남성과 여성인 것이다. 정 작가의 작품은 동양철학에 기반하여 인간을 깊이 성찰한다. 두 개의 성으로 대변되는인간의 성은 평등하다. 그녀가 이번에 내놓은 작품에는 부처의 반가사유상과 그 주변에 늘어선 여성보살의 모습이 있다. ​ 부처가 깊이 사유하는 모습은 우리가 흔히 봐왔던 풍경이지만 여성보살들의 모습은 낯설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부처님 당시 보살들이 여성이었나? 기억을 더듬는 관객도 있을 수 있다. 부처가 전생에서 수행하던 시절, 그렇게 많은 여성 보살들이 있지는 않았다. 정 작가는 의도적으로 남성 보살들을 여성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그 의미가 깊은 명상의 대상일 것이다.가운데 놓인 석가의 반가사유상은 깊은 명상에 들어간 부처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메시지가 남녀평등에 있음을 본질적으로 지시한다. 부처의 비유는 이 세상 가장 성스러움을 상징하며 마치 우리에게 와 닿을 수 있는 ‘미투 시대’의 화두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가장 본질적인 것이 여성의 가치라는 말을 하고 있다.정 작가의 작품세계는 여성성을 바탕으로 하는 우주의 본질에 대한 탐구인 셈이다.여성성을 우주의 본질로 보는 철학은 이번 전시가 처음은 아니다. 모든 동서양 철학이 그러한 배경을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다. 여성성은 젠더적 측면에서 굳이 여성일 뿐이지, 본질적으로 그것은 개별성으로 분류되기 이전 우주 근원적 기운으로 봐야 한다. 이 작품은 작금의 한국사회에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한국사회 정치지도층의 지배적 담론에 제동을 걸며 근본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목소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요즘 터져 나오는 변방의 소리 중 가장 크게 울리는 말은 바로 그것이다.‘기본으로 돌아가자’. 남녀평등만큼 중요한 기본이 어디 있단 말인가. 무엇이 기본인지 이 미술전시회가 그 답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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