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종이라면 우선 가장 대표되는 것이 닥섬유로 만든 닥종이이다. 닥종이는 오랫동안 우리 생활의 한부분에서 역할을 해왔다. 우선 주생활에서는 문종이로부터 장판지, 천막, 가구 등에 사용되었고 심지어 못도 이것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또한 밥상, 밥그릇, 술병 등 생활 집기와 우산, 비옷, 군복 등을 만들기도 하는 등 생활 속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그림의 바탕으로서 가장 많이 사용되기도 하였다. 박물관에 가서 옛 그림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화선지가 아닌 이 닥종이에 그려졌음을 알 수 있다. 닥종이도 그냥 닥종이가 아니라 도침(두들기기)을 한 닥종이를 사용하고 있다. 우선 닥이란 섬유는 전 세계에서 가장 길고 질긴 섬유로서 이 닥으로 만들어진 종이는 얇지만 빛을 투과하고 공기 유통이 되면서도 매우 질긴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퇴색하지 않으며 색이 바래거나 더러워져도 물로 세척함으로써 원상태로 복원이 가능하다. 수명이 짧은 양지에 비하면 그 우수성이 뛰어남은 이미 입증이 되어있다. 동남아 지역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의 닥와 비교해도 한반도에서 자란 닥섬유가 훨씬 우수한데 증해하기 전 섬유를 보면 우리 닥은 아주 맑은 백색에 약간의 광택까지 지니고 있고 섬유의 꼬임새나 섬유층이 매우 두텁다. 고해를 해서 펼치면 마치 아주 곱게 짜 놓은 편직물 같이 풍부하고 섬세한 모습이 놀라울 뿐이다. 닥나무는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와 같은 기후와 풍토에서 잘 자라고 이전에 선조들이 닥종이를 많이 쓴 이유는 바로 닥이 한반도 땅에 지천으로 늘려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땅에 가장 적합한 생태조건을 갖춘 닥나무처럼 이 땅에서 태어난 조선의 여인들 또한 닥과 비슷한 기질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한다.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와 그 어머니인 할머니, 그리고 주위에 있는 모든 여성들에게서 나는 이 닥섬유와 같은 강인한 근성과 질긴 기질을 발견한다. 한국의 여성들은 참고 견뎌내는 인내심이 강하며 또한 모든 것을 받아주고 이해하는 포용력이 큰 사람들이다. 나는 닥종이에서 우리 한국여성의 기질을 발견하다. 종이와 여성은 생태학적인 면에서 기질을 공유하고 있다. 오랫동안 장지위에 그림을 그리면서 종이를 찢고 갈고 바르면서 이종이가 지닌 기질과 내가 거기에 담고자하는 여성성이 일치함을 느낀다. 종이 부인은 이렇게 풍우와 서리를 참고 견뎌온 닥나무처럼 이 땅의 야멸찬 역사를 온몸으로 살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거름으로 희생하고 모든 것을 아쉬움 없이 내어준 모든 여성들에게 올리는 경배와도 같은 의식이다.